칼럼

상간소송은 가정법원인가 민사법원인가, 이혼 위자료와 부정행위 위자료의 차이 2026-10-13

 

상간소송은 가정법원인가 민사법원인가, 이혼 위자료와 부정행위 위자료의 차이


 

 

1. 같은 외도에서 나오는 두 가지 위자료,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것과 개별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것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분들이 상간소송을 알아볼 때, 그 소송이 하나의 청구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상대방이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하였으니 그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한다는 것, 그 하나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이혼을 하든 하지 않든 상간자에게 청구하는 위자료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상대방이 같고 외도라는 사실도 같으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지만, 사실 법은 여기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청구권을 봅니다.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5므10716 판결이 이 둘을 분명하게 갈라 놓았습니다. 하나는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으로, 부부 일방의 유책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이혼하게 된 경우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것이고, 이혼의 원인이 된 개별적 유책행위의 발생부터 최종적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경과가 전체로서 하나의 불법행위로 파악됩니다. 다른 하나는 이혼과 무관하게 부부공동생활 중에 발생한 '개별적 부정행위'를 그 자체로 불법행위로 보아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청구권입니다. 이 판결은 뒤의 청구권과 별개로 앞의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청구 모두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뿐 아니라 그 상대방인 제3자에게도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같은 외도에서 무엇을 손해로 볼 것인가에 따라 두 개의 다른 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느 법원이 다루는 것일까요?

 

2. 가사소송과 민사소송의 구분, 다류 가사소송사건과 통상의 민사사건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은 가정법원이 전속관할로 다루는 가사사건을 정하고 있고, 그 제1호 다목 2)는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제3자에 대한 청구를 포함하여 '다류 가사소송사건'으로 들고 있습니다. 위 2025므10716 판결은 이 조항에 따라 부부의 일방이 제3자와 부정행위를 한 경우 상대방 배우자가 그 일방 또는 제3자를 상대로 하는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는 다류 가사소송사건에 해당한다고 하였고, 이혼과 무관한 개별적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통상의 민사사건에 속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상간소송이 가정법원 사건인지 민사법원 사건인지에 대한 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무엇을 원인으로 청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혼과 결부된 위자료라면 가정법원의 가사소송이고, 이혼과 떼어 놓은 부정행위 자체의 위자료라면 민사법원의 민사소송입니다. 상대방이 상간자라는 점은 같아도 사건의 종류와 법원이 갈리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이 다르다는 것 외에 두 청구의 실질적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3. 손해의 확정 시점과 소멸시효 기산점의 차이, 혼인 해소 시와 손해를 안 날

가장 큰 차이는 손해가 언제 확정되고 시효가 언제부터 흐르는가에 있습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개별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는 그 부정행위와 상대방을 알게 된 날이 기산점입니다. 반면 위 2025므10716 판결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의 손해는 최종적 이혼 시점에서 확정·평가되므로, 피해자인 배우자는 혼인이 해소된 때에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때부터 3년이 지나야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차이가 실제 사건에서 무엇을 뜻하는지는 그 판결의 사안이 보여 줍니다. 원고는 2017년에 배우자와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었고, 2022년에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배우자와 상대방을 상대로 부정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를 청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송 중인 2023년에 배우자와 이혼 조정이 성립하였습니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개별 부정행위 자체를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 2017년부터 3년이 지났으니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지만, 대법원은 원고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임을 명백히 한 이상 혼인이 해소된 때가 기산점이 되어야 한다고 하여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같은 외도, 같은 상대방, 같은 금액의 청구가 어느 청구권으로 구성되었는지에 따라 시효 완성과 미완성으로 갈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보고 그 성격을 정하는 것일까요?

 

4. 청구의 성격을 정하는 기준, 당사자의 의사와 혼인관계의 상태와 소송의 경과

위 판결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 사안에서 당사자의 의사, 당사자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협의이혼의 성립 여부 또는 부부 일방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였는지, 재판상 이혼청구 소송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혼인이 유지되고 있고 이혼을 청구한 적도 없다면 개별 부정행위의 위자료로 볼 수밖에 없고, 이혼이 성립하였거나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로 구성할 수 있으며, 그 사이에서 결정적인 것은 원고 자신이 무엇을 원인으로 청구한다고 밝혔는가입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하여야 하는데, 이 성격은 법원이 알아서 유리한 쪽으로 정하여 주는 것이 아닙니다. 위 판결은 원심이 원고가 명백히 한 청구의 성격과 다르게 사건을 파악한 것을 두고, 원고가 신청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하여 판결하여 민사소송법 제203조의 '처분권주의'를 위반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처분권주의는 법원이 당사자가 신청한 범위 안에서만 판결하도록 하는 원칙이고, 그 범위에는 금액뿐 아니라 무엇을 원인으로 하는 청구인지도 들어갑니다. 그러므로 소장과 준비서면에서 이 청구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것인지 개별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적는 것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시효와 관할을 정하는 문제입니다. 다만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로 구성하면 그 대가도 있습니다. 위 판결이 원심에 다시 심리하라고 한 사항에 부정행위와 혼인관계 파탄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가 들어 있는 것처럼,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것이 파탄과 이혼으로 이어졌다는 점까지 증명하여야 합니다.

 

5. 청구 설계의 기준, 법원의 선택과 원인의 선택

이렇게 놓고 보면 상간소송을 준비하는 분이 먼저 정하여야 할 것은 금액이 아니라 어느 청구권으로 갈 것인가입니다. 혼인을 유지하면서 상간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경우라면 개별 부정행위의 위자료이고, 민사법원에 가며, 시효는 부정행위와 상대방을 안 날부터 3년이므로 앞서 다른 글에서 본 것처럼 미룰 수 없는 청구입니다. 반면 이혼을 전제로 하는 경우라면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를 선택할 수 있고, 가정법원에서 이혼 청구와 함께 배우자와 상간자를 상대로 구할 수 있으며, 시효는 혼인 해소 시부터 흐르는 대신 부정행위가 파탄의 원인이 되었다는 인과관계를 세워야 합니다.

두 청구권은 별개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어느 쪽을 택할지는 혼인관계의 현재 상태, 부정행위를 안 때로부터 얼마나 지났는지, 이혼을 할 것인지와 그 시기, 그리고 부정행위와 파탄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를 함께 놓고 정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상간소송은 하나의 이름 아래 두 개의 권리가 있는 소송이고, 그 둘 중 무엇을 고르느냐가 법원과 시효와 증명의 대상을 한꺼번에 정합니다.

배우자의 외도 이후 상간소송과 이혼을 함께 고민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소장을 내기 전에 어느 청구권으로 구성할지부터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