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간 내용증명과 합의, 판결과 다른 협상의 기준 2026-09-22

 

상간 내용증명과 합의, 판결과 다른 협상의 기준


 

 

1. 내용증명 발송 전에 정할 목적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뒤 상간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무엇을 적을지 묻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는데, 이 문서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위자료의 지급인지, 두 사람의 관계를 끊는 것인지, 소송 없이 빨리 끝내는 것인지, 앞으로 다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못을 박는 것인지에 따라 문서의 내용과 어조와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이 모든 것을 한 문서에 강하게 담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적는 것이 손해는 아니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 서로 다른 목적을 한 문서에 모두 강하게 요구하면 협상의 우선순위가 흐려집니다. 상대방은 무엇을 들어주면 이 일이 끝나는지를 알 수 없게 되고, 그러면 회신 대신 침묵이나 반발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출발점은 '얼마를 요구할까'가 아니라 '어떤 조건이면 해결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내용증명이라는 문서는 법률적으로 무엇을 해 주는 것일까요?

 

2. 내용증명의 증명 범위와 법적 한계

내용증명은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누구에게 발송하였는지를 우체국이 증명하여 주는 제도이고, 그것이 전부입니다. 문서에 적힌 사실이 진실이라는 것도, 상대방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도 우체국이 인정하여 주는 것이 아니고, 발송의 증명과 도달의 확인도 별개여서 배달 여부는 따로 확인하여야 합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상대방이 겁을 먹는 것은 문서의 형식 때문이지 그 형식이 가진 법적 효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두 가지 오해를 걷어내야 하는데, 첫째로 내용증명은 소송의 필수 절차가 아니어서, 보내지 않고 곧바로 소를 제기할 수 있고, 보냈다고 하여 소송에서 유리한 지위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둘째로 회신이 없다고 하여 상대방이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침묵은 침묵일 뿐이고, 그것을 자백으로 읽어 주는 법 규정은 없습니다. 내용증명의 쓸모는 다른 데에 있는데, 상대방에게 분쟁의 존재와 해결의 조건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그 시점을 기록으로 남기며, 협상의 출발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협상에서 금액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3. 판결 예상액과 합의금의 차이

재판에서 법원이 정하는 것은 법적 책임의 유무와 손해의 액수입니다. 그러나 합의에서 당사자가 교환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지급의 시기와 확실성,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 이 합의로 끝나는 분쟁의 범위가 모두 조건이 됩니다. 판결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더 크더라도 그 돈이 몇 년 뒤에 집행을 거쳐야 들어오는 것이라면, 지금 확실하게 들어오는 더 작은 금액이 당사자에게는 더 나은 조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에게는 소송의 부담과 결과의 불확실성을 더는 것이 합의금을 지급할 이유가 됩니다.

그래서 합의금은 판결 예상액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고, 일치하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 협상은 적법한 분쟁 해결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대방의 사생활이나 직장에 대한 폭로를 협상의 가치로 삼는 순간, 그것은 손해배상의 협상이 아니라 다른 법적 문제가 됩니다. 협상에서 교환할 수 있는 것은 청구권과 그 행사 여부, 지급 조건과 종결 범위이지, 상대방의 평판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문서에는 무엇을 어떻게 적고, 금액 외에 무엇을 정하여야 할까요?

 

4. 문서의 구성과 금액 이외의 합의 조건, 그리고 이행의 확보

문서에 적을 내용은 확인된 사실, 책임을 묻는 근거, 그리고 제안하는 해결 조건의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여기에서 지켜야 할 것은 추측을 사실처럼 단정하지 않고 실현할 생각이 없는 조치를 과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확인된 사실만 적어야 뒤에 소송으로 갔을 때 문서와 증거가 어긋나지 않고, 실행할 조치만 적어야 상대방이 그 문서를 신뢰합니다. 가진 증거를 처음부터 모두 공개할지는 사건에 따라 판단할 일이지만, 증거를 부풀리거나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암시하는 방식은 어느 경우에도 배제하여야 합니다. 회신 기한 역시 협상을 위한 제안의 기한일 뿐 법정 기한이 아니므로, 그 기한이 지나면 무엇이 되는 것처럼 적어서는 안 됩니다.

합의에 이르렀다면 금액 외의 조건이 문서의 나머지를 채우는데, 지급일과 분할지급 여부, 합의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기간, 추가 청구의 범위, 연락 금지 조항, 그 위반 시의 위약금, 그리고 배우자와의 구상 문제가 그것입니다. 상간자와의 합의는 민법 제731조와 제732조에 따른 '화해계약'이어서 그 합의가 대상으로 삼은 분쟁에 관한 청구권은 소멸하므로, 어느 기간의 어떤 행위까지를 정리하는 것인지가 분명하여야 하고, 위약금은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되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부당히 과다하면 감액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정하여야 합니다.

특히 두 가지를 살펴야 하는데, 하나는 돈을 받기 전에 권리의 포기를 확정하는 구조인지로, 합의서에 서명하는 순간 청구권이 소멸하는데 지급은 뒤로 미루어져 있다면, 지급이 되지 않았을 때 남는 것은 소멸한 청구권과 새로운 소송의 부담뿐입니다. 다른 하나는 배우자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합의로 누구의 권리까지 정리할 수 있는지인데,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은 상간자의 책임과 배우자의 책임이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어서 한쪽의 변제 효과가 다른 쪽에도 미친다고 하였으므로, 상간자와의 합의는 배우자에 대한 청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 영향을 알고 문서를 만드는 것과 모르고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강한 조항보다 실제로 이행되고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5. 협상 결렬과 소송 전환의 기준

내용증명을 보낸 뒤의 반응은 갈리는데, 부인하거나, 응답하지 않거나, 감액을 제안하거나, 분할지급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반응에 따라 다음 선택이 달라지는데, 부인이라면 증거의 상태를 다시 보아야 하고, 무응답이라면 협상의 여지가 있는지를 가늠하여야 하며, 감액이나 분할지급의 제안이라면 3절에서 본 조건들을 놓고 그 제안이 판결보다 나은지를 따져야 합니다. 어느 경우이든 내용증명을 다시 보내는 것 자체가 해결책은 아닙니다. 같은 문서의 반복은 상대방에게 소송으로 갈 의사가 없다는 신호로 읽히기 쉽습니다.

최종적인 판단의 기준은 세 가지로, 증거의 상태가 소송에서 책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한지, 상대방에게 판결을 받더라도 실제로 이행할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 제시된 조건과 소송을 통하여 얻을 것을 시간과 비용까지 넣어 비교하였을 때 어느 쪽의 실익이 큰지입니다. 이 셋을 놓고 협상을 이어 갈지 소송으로 전환할지를 정하는 것이지, 감정의 강도나 상대방의 태도에 대한 분노로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내용증명은 압박의 수단이 아니라 제안의 출발점이고, 합의는 판결의 축소판이 아니라 다른 기준으로 조건을 교환하는 과정입니다. 무엇을 얻으려는지를 먼저 정하고, 확인된 사실만을 적고, 금액 밖의 조건까지 문서에 담고, 결렬되었을 때의 기준을 미리 세워 두는 것이 이 과정을 제대로 밟는 방법입니다.

상간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합의를 검토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문서를 보내기 전에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