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간남소송 피고, 위자료를 줄이려면 무엇을 다퉈야 할까? 2026-09-17

 

상간남소송 피고, 위자료를 줄이려면 무엇을 다퉈야 할까?


 

 

1. 책임의 인정과 청구액의 인정, 서로 다른 두 문제

상간소장을 받고 청구취지에 적힌 금액을 본 순간, 잘못을 인정하면 그 금액까지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가 당장의 걱정이 됩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액수를 다툴 명분도 사라진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책임이 인정되면 배상은 피할 수 없지만, 사실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느냐와 그 책임의 크기가 얼마이냐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일부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과장된 기간이나 피해까지 모두 인정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를 가려내는 것이 청구액을 검토하는 첫걸음입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무조건 부인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렸다면, 이 글은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서, 원고가 청구한 금액을 어떻게 검토하고 무엇을 다투어야 하는지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감액을 논하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은 무엇일까요?

 

2. 감액에 앞선 책임 성립의 확인, 기각 사유와 감액 사유의 구별

감액을 이야기하기 전에 책임의 성립 자체를 짧게라도 확인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판결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되, 부정행위 당시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어렵고, 그 파탄 상태는 이를 주장하는 제3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두 사람의 관계가 부정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었는지, 관계가 시작되기 전에 그 혼인이 이미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되어 있었는지가 책임 성립의 검토 항목입니다.

다만 이 검토는 짧게 두어야 하는데, 위 세 가지는 청구를 기각시킬 사유이지 액수를 줄일 사유가 아니어서, 둘을 섞으면 방어의 초점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파탄 항변을 증명할 수 없으면서 그것을 반복하는 것은 감액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반대로 기각 사유가 분명히 있다면 감액을 논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각 사유가 없거나 약하다고 판단되었을 때 비로소 금액의 방어로 넘어가는 것이고, 그 방어는 소장의 사실을 나누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3. 소장의 사실을 나누는 작업, 인정할 것과 다툴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

원고의 소장은 하나의 이야기로 쓰여 있는데, 그 이야기 안에는 증거로 뒷받침되는 사실과 원고의 추정, 그리고 감정이 섞여 있습니다. 피고가 먼저 할 일은 그 이야기를 시간순의 사실로 풀어내는 것으로, 두 사람이 언제 처음 알게 되었고 언제부터 어떤 관계였는지, 만남의 횟수와 성격은 어떠하였는지, 상대방이 기혼자임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 발각된 뒤에는 어떻게 행동하였는지를 날짜와 자료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 작업의 목적은 사실을 세 무리로 나누는 것입니다. 증거가 있고 다툴 이유도 없는 '인정할 사실', 원고의 주장과 실제가 다른 '다툴 사실', 그리고 원고도 피고도 증명할 자료가 없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입니다. 예컨대 원고가 주장하는 교제 기간에 업무상 알고 지낸 기간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단순히 기간이 짧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업무상 관계였고 어디서부터가 그 이상이었는지를 자료로 경계를 그어 보이는 것입니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는 것이 다툴 것의 신빙성을 높이고, 확인되지 않은 것을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확히 말하는 것이 과장을 걷어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나눈 사실들은 위자료 액수에 어떻게 연결될까요?

 

4. 관계의 경위와 혼인에 미친 영향, 그리고 배우자로부터 받은 돈의 참작

위자료는 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정하는 것이므로, 나누어 놓은 사실들은 각각 책임과 손해의 정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야 합니다. 관계의 기간과 반복성, 관계의 내용, 원고 부부의 기존 상황, 발각 이후 관계를 끝냈는지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에 정해진 감액률 같은 것은 없어서, 기간이 짧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얼마를 깎아 주는 항목이 아니라, 혼인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정으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조심할 것이 있는데, 상대방이 먼저 접근하였다거나 원고 부부가 이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책임을 없애거나 큰 감액을 보장하는 사정이 아닙니다. 부정행위의 성립에 누가 먼저였는지는 요건이 아니고, 이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손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혼인이 유지되었다는 뜻일 뿐입니다. 피고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 역시 청구액을 낮추는 핵심 논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위자료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이어서, 피고의 사정은 참작 요소의 하나일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액수를 끌어내리는 근거가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 액수의 검토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원고가 배우자로부터 같은 부정행위에 대하여 이미 받은 돈이 있는지입니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은 제3자의 불법행위책임이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의 책임과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으므로 배우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면 그 변제의 효과가 제3자에게도 미치고, 나아가 배우자가 이혼 과정에서 위자료와 재산분할금, 양육비가 섞인 돈을 지급하여 그중 위자료 부분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법원은 그 사정을 제3자가 부담하는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섞인 돈 전액이 바로 공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와 배우자 사이의 합의 내용과 지급의 성격을 확인하여 주장하여야 합니다. 이 검토가 있어야 반성과 선처를 구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금액 방어가 됩니다.

 

5. 소송 이후의 행동과 합의의 검토, 새로운 불리한 사정을 만들지 않는 것

소장을 받은 뒤의 행동도 위자료에 반영되는 사정이 됩니다. 원고에게 직접 연락하여 자극하거나, 책임을 배우자에게 전가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관계를 끝냈다고 설명하면서 다시 접촉하는 것은 모두 소송 전의 사정에 새로운 불리한 사정을 더하는 일입니다. 반성문 한 장을 제출하면 감액된다는 식의 기대보다, 실제 행동과 제출하는 자료가 서로 어긋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계를 끝냈다고 쓰면서 계속 만나고 있다면, 그 반성문은 감액 사유가 아니라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자료가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증거를 없애거나 상대방과 말을 맞추는 것은 방어가 아닙니다. 기존 자료를 보존하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앞서 본 사실을 나누는 작업의 전제이고, 그 작업을 통하여 나눈 사실이 곧 감액의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합의를 검토할 때의 기준인데, 합의금과 판결 예상액을 비교할 때에는 금액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급의 시기, 그 합의로 끝나는 분쟁의 범위, 추가 청구나 배우자와의 구상 문제, 접촉 금지와 위약금 조항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이 글의 결론은 질문을 바꾸는 데에 있어서, 얼마까지 깎을 수 있는가라는 막연한 질문에는 답이 없지만, 청구액의 근거 가운데 무엇이 인정되고 무엇을 다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답이 있습니다. 감액은 그 답을 하나씩 채워 가는 과정입니다.

상간소장을 받고 청구된 금액을 어떻게 다투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답변서를 내기 전에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