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간소송 합의 후 다시 만난 두 사람, 무엇을 청구할 수 있을까? 2026-09-16

 

상간소송 합의 후 다시 만난 두 사람, 무엇을 청구할 수 있을까?


 

 

1. 상간소송 합의의 법적 성질과 그 효력이 미치는 범위

상간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소송 도중에, 또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상간자와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간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고, 더 이상 배우자와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원고는 소를 취하하거나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일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의 이후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이미 합의를 하였으니 더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합의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지만, 사실 그 합의가 무엇을 끝낸 것인지를 정확히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간소송의 합의는 법률적으로 '화해계약'입니다. 민법 제731조는 화해를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끝낼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정하고 있고, 제732조는 화해계약에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하고 상대방이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을 인정합니다. 즉 합의로 소멸하는 것은 그 합의가 대상으로 삼은 분쟁, 다시 말해 합의 당시까지의 부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입니다. 합의서에 들어가는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도 그 분쟁에 관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원칙이고,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장래의 불법행위에 대한 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뜻으로 읽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합의 이후에 다시 만난 것은 어떻게 평가될까요?

 

2. 합의 이후의 부정행위, 새로운 불법행위의 성립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판결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불법행위는 행위마다 성립하는 것이어서, 합의 이후에 다시 이루어진 부정행위는 합의로 정리된 종전의 행위와는 별개의 새로운 불법행위이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역시 새로 발생합니다. 합의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이 새로운 청구를 막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히려 합의 이후의 재회는 위자료 산정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상간자는 이미 한 차례 배우자의 존재를 알고 그 배우자에게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속한 사람이어서, 다시 만난 행위에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저질렀다는 점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위 판결은 부정행위 당시 부부공동생활이 이미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그 파탄 상태의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제3자에게 있다고 하였습니다. 합의 이후 부부가 별거하거나 이혼 절차에 들어간 상태에서 재회가 이루어졌다면 상간자 쪽에서 이 항변을 내세울 수 있으므로, 합의 이후에도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은 청구하는 쪽에서 미리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합의서에 적어 둔 약속들은 어떤 힘을 가질까요?

 

3. 합의서에 담긴 약정의 효력, 접촉 금지와 위약금

상간소송의 합의서에는 손해배상금 외에 두 가지 약정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는 배우자와 다시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겠다는 약정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어길 경우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위약금 약정입니다. 앞의 약정은 그 자체로 계약상 의무이므로, 이를 어긴 것은 불법행위와는 별도로 채무불이행이 됩니다. 그리고 뒤의 약정이 있다면,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청구하는 쪽은 재회로 인한 손해가 얼마인지를 따로 증명하지 않고도 약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위약금을 크게 적어 두었다고 하여 그대로 전액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새로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와 위약금 청구의 관계가 문제됩니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면 그것은 약정 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미리 정한 것이므로, 같은 손해를 위약금과 위자료로 이중으로 배상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위약금 약정이 없거나 그 액수가 감액될 사정이 있다면 불법행위에 의한 위자료 청구가 독자적인 의미를 갖게 되므로, 어느 쪽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합의서의 문언과 재회의 경위를 놓고 판단하여야 합니다.

 

4. 배우자에 대한 청구, 이혼과 위자료의 선택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배우자입니다. 합의는 상간자와 한 것이지 배우자와 한 것이 아니므로,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청구는 그 합의와 무관하게 남아 있습니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은 제3자의 불법행위책임이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의 불법행위책임과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상간자가 지급한 합의금이 배우자의 책임 범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지 배우자의 책임이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합의 이후의 재회는 배우자에게도 새로운 부정행위이고, 민법 제840조 제1호는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선택이 필요합니다. 이혼을 하지 않는다면 배우자에 대하여는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이혼을 한다면 이혼과 함께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게 됩니다. 한 차례 용서하고 합의로 마무리하였음에도 재회가 이루어진 상황은 혼인의 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하는 사정이고, 그 판단은 상간자에게 무엇을 청구할 것인가보다 먼저 정리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상간자에 대한 청구는 위자료와 위약금의 문제이지만, 배우자에 대한 청구는 혼인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상간소송의 합의는 '과거'를 정리한 것이지 '미래'를 면책한 것이 아닙니다. 합의 이후의 재회에 대하여는 상간자에게 새로운 위자료와 합의서상의 위약금을, 배우자에게는 위자료 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있고, 무엇을 어떻게 청구할지는 합의서의 문언과 혼인관계의 현재 상태에 따라 정해집니다.

상간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한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합의서를 가지고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