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별거 후 생활비가 끊겼다면, 이혼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까? 2026-09-15

 

별거 후 생활비가 끊겼다면, 이혼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까?


 

 

1. 별거와 부양의무의 관계, 이혼을 하지 않은 채 부양료만 청구한다는 발상

별거를 시작한 뒤 상대방이 생활비를 끊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함께 살 때에는 당연하게 들어오던 돈이 어느 날 들어오지 않게 되면, 이혼이 정리될 때까지 이 생활을 어떻게 이어 가야 하는지가 당장의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두 갈래의 질문이 나옵니다. 하나는 이혼소송을 하면서 판결 전에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혼은 하지 않은 채 생활비만 청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법률상의 출발점은 같습니다.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가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96932 판결은 이 부부간 상호부양의무를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는 제1차 부양의무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별거를 한다고 하여 혼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의무 역시 별거만으로 사라지지 않고, 그래서 이혼 전이라도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자체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 즉 이혼은 하지 않겠다면서 부양료만 청구하겠다는 발상은 사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실무상 이혼을 하지 않는 부양료 청구는 인용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생활비가 끊긴 채 별거가 이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는 사정이고, 파탄된 혼인을 그대로 둔 채 그 혼인의 본질적 의무만을 이행하라고 구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양료를 받아 별거를 이어 갈 것이 아니라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하여야 하고, 이혼은 안 하겠다고 하면서 부양료만 청구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부양료라는 것은 법률적으로 어떤 한계를 가진 권리일까요?

 

2. 부양료의 법적 성질과 한계, 이행청구 이후분만 인정되는 과거 부양료

부양료 청구는 가사소송법이 정한 가사비송사건으로, 대법원 2017. 8. 25. 자 2014스26 결정은 민법 제826조가 부부간 부양·협조의무의 근거를, 제833조가 그 이행의 구체적 기준인 생활비용의 분담을 정한 조항이라고 정리하였습니다. 문제는 그 범위입니다. 대법원 2008. 6. 12. 자 2005스50 결정과 위 2014스26 결정은 과거의 부양료에 관하여, 부양을 받을 자가 부양의무자에게 이행을 청구하였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이행지체에 빠진 이후의 것만 청구할 수 있고, 청구받기 이전의 부양료는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생활비가 끊긴 지 1년이 지나서 청구하더라도 그 1년치를 소급하여 받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액수에서도 한계가 있습니다. 위 2011다96932 판결은 부부 사이의 부양료 액수를 정할 때 당사자 쌍방의 재산 상태와 수입, 생활 정도와 경제적 능력, 부양의 필요 정도와 함께 '혼인생활 파탄의 경위와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혼인이 파탄에 이른 경위가 청구하는 쪽에 있다면 그 사정이 부양료 액수에 반영되고, 파탄이 깊을수록 함께 살던 때와 같은 수준의 생활을 보장받는다는 부양의 본래 모습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부양료는 이혼소송 이전에 생활비 받듯이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있는 경우의 양육비는 어떻게 다를까요?

 

3. 부양료와 양육비의 차이, 파탄과 무관한 자녀에 대한 의무

여기에서 부양료와 양육비를 분명히 구별하여야 합니다. 둘 다 별거 중에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돈이지만, 부양료는 배우자 자신의 생활을 위한 것이고 양육비는 자녀의 생활을 위한 것입니다.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므15302 판결은 부모가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하며, 어느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는 양육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현재와 장래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차이는 파탄의 경위와 결부되는 방식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납니다. 부양료는 앞서 본 것처럼 혼인생활 파탄의 경위가 액수에 반영되지만, 양육비는 부모가 자녀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여서 부부 사이의 파탄이 누구의 책임이든 자녀의 필요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누가 혼인을 깨뜨렸든 아이는 먹고 자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육비는 무조건 주어야 하는 돈이고, 부양료는 그렇지 않습니다. 별거 중 생활비를 청구하려는 분들 중 자녀를 양육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청구의 중심을 자신의 부양료가 아니라 자녀의 양육비에 두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 이혼소송 중의 사전처분과 현실적인 결론, 자신의 생활은 자신이

그렇다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이혼소송을 하면서 판결 전에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지를 보겠습니다. 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은 가사사건의 소 제기나 조정 신청이 있는 경우 가정법원이 사건 해결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인의 감호와 양육을 위한 처분 등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사전처분을 통하여 이혼소송 중에 양육비나 부양료의 지급을 판결 전에 명할 수 있으므로, 이혼 판결까지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조 제5항이 사전처분에 집행력을 부여하지 않으므로, 상대방이 따르지 않으면 강제집행이 아니라 같은 법 제67조의 제재로 이행을 압박하게 된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부양료와 양육비의 무게는 다릅니다. 사전처분으로 양육비를 구하는 것은 자녀의 생활을 위한 것이어서 파탄의 경위와 무관하게 판단되지만, 부양료를 구하는 것은 이미 파탄된 혼인의 배우자에게 자신의 생활을 보장하라는 것이어서 그 경위가 그대로 반영됩니다. 이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혼인이 이미 파탄된 이상 자신의 생활은 자신이 챙겨야 하고, 상대방에게서 받을 것은 자녀의 양육비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과 위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법이 마련해 둔 길에 맞습니다.

결국 별거 후 생활비가 끊겼다면, 이혼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혼과 무관하게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녀가 있다면 양육비를 사전처분으로 먼저 확보하고, 자신의 생활은 이혼소송의 재산분할과 위자료로 정리한다는 순서로 생각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별거 중 생활비가 끊겨 이혼소송과 그 사이의 생활을 함께 고민하고 계신 상황이라면,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