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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간소송 피고, 무조건 부인하는 것이 상책일까?
상간소장을 받은 입장에서는 소장의 내용을 보고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소장의 내용이 너무나도 사실에 입각한 것이어서 반박할 방도를 찾지 못해 낙담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반대로 과장과 허위의 사실이 너무 많이 기재되어 있어 오히려 적극적인 반박 방법을 고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소장에 기재된 내용이 설령 사실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원고의 입증이 매우 빈약하여,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시키거나 사실관계를 부인할 수는 없는지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또는 어떻게든 상간소송이 인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기각을 주장하며 다투어 줄 변호사를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반응은 다르지만 그 밑에 놓인 질문은 하나입니다. 부인할 것인가, 부인한다면 어디까지 부인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는 인정하는 순간 지는 것이고 부인하는 한 여지가 남는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물론 원고가 요건을 입증하지 못하면 청구가 기각된다는 점에서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 상간소송에서 부인은 그 자체로 전략이 아니라 판단의 결과여야 하고, 그 판단은 두 단계로 나뉩니다. 첫째는 기각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고, 둘째는 지금 빈약해 보이는 입증이 나중에 보완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기각 가능성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까요?
상간소송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하여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고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을 불법행위로 보아 민법 제750조와 제751조에 따라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송입니다.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판결도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고가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사람임을 알았다는 사실, 그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사실입니다.
기각 가능성은 바로 이 요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소장에 적시된 원고의 주장에 과장이나 추정에 의한 주장이 많이 섞여 있는지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증거로 제시된 내용이 최소한 상간소송 승소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기반으로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소장의 서사가 과장되어 있다는 것과 핵심 요건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여서, 열 가지 주장 중 아홉 가지가 부풀려져 있더라도 남은 한 가지가 부정행위의 증거로 충분하다면 청구는 인용됩니다. 반대로 소장이 아무리 사실에 가깝게 쓰여 있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면 다툴 여지는 남는 것입니다.
한편 피고 측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항변, 즉 부정행위 당시 이미 그 부부의 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위 2022므13504 판결이 그 파탄 상태를 증명할 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제3자에게 있다고 판시하였다는 점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이 항변은 원고의 입증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피고가 스스로 증명하여야 하는 별도의 사실이므로, 근거 없이 내세운다고 하여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요건에 대한 증거가 지금은 빈약해 보이는 경우에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둘째로, 만일 원고의 입증이 최초 소장 기재사항을 기준으로는 다소 빈약해 보인다면, 원고가 추후 추가 채증을 통하여 보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여야 합니다. 소장은 소송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고, 원고는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사실조회 등 법원의 절차를 통하여 소장 단계에서는 갖고 있지 않던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민사소송의 증명 기준을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민사소송은 형사소송과는 달리 증거의 증명력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이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라,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하여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202조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실주장의 진위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부정행위의 현장을 찍은 사진이 없더라도 숙박 내역과 대화 내용과 동선이 서로 맞물려 경험칙상 그렇게밖에 볼 수 없다면 법원은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형사소송처럼 100%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섣불리 부인하였다가는 주장이 모두 배척되고 오히려 위자료가 늘어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습니다. 당장 증거가 부족해 보이더라도 상대측이 무난하게 추가 채증을 통하여 부인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점을 미리 염두에 두고 돌이킬 수 없는 강수를 두는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피고의 입장에서는 기각 가능성을 신중히 판단하고, 만일 기각이 될 수 없는 경우라면 대체로 최대한의 감액이 최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원고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것과 위자료가 감액되는 것이 반드시 같은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하여야 합니다.
위자료는 법원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정하는 것이어서,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혼인관계에 미친 영향, 그 이후의 경위 같은 사정이 액수를 좌우합니다. 그렇다면 감액을 위한 다툼은 부정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다툼이 아니라, 인정되는 사실의 범위를 정확히 긋고 그 범위 안에서 참작할 사정을 드러내는 다툼이 됩니다. 이미 요건이 증명된 사실까지 부인하는 데에 힘을 쓰면 정작 감액에 필요한 사정은 주장할 기회를 잃고, 법원에는 다툴 것과 다투지 않을 것을 가리지 못한 피고의 모습만 남게 됩니다. 반대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과장된 부분과 추정에 불과한 부분을 가려내어 다투면, 인정되는 사실의 범위가 좁아지고 그만큼 위자료의 근거도 좁아지는 것입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가 이혼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한 사정을 제3자가 부담하는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므12782 판결), 이 역시 부인이 아니라 사정의 주장으로 얻는 감액입니다.
결국 상간소송의 피고에게 부인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고, 그 수단이 쓸모 있는지는 기각 가능성과 추가 채증 가능성이라는 두 판단을 거친 뒤에야 알 수 있습니다. 무조건 부인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라, 무엇을 '부인'하고 무엇을 '인정'할지를 가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상간소장을 받고 어디까지 다투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면, 답변서를 제출하기 전에 변호사와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