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책배우자 이혼소송, 유책주의와 예외에 관한 실무상 포인트 2026-07-27

 

 

유책배우자 이혼소송, 유책주의와 예외에 관한 실무상 포인트

 


혼인관계가 사실상 끝났다고 느끼면서도, 그 파탄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 때문에 이혼소송을 망설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상반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쪽에서는 유책배우자는 절대 이혼할 수 없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요즘은 파탄만 인정되면 이혼이 된다고 합니다.

두 이야기 모두 정확하지 않습니다. 앞의 것은 원칙만 보고 예외를 보지 못한 설명이고, 뒤의 것은 우리 법이 채택하지 않은 태도를 마치 현재의 실무인 것처럼 말하는 설명입니다. 이 글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법리가 실제로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무엇으로 갈리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유책주의라는 원칙 —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리 민법은 재판상 이혼에 관하여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습니다.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래전부터 판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태도이고,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그대로 확인되었습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이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파탄을 만들어 낸 사람이 그 파탄을 근거로 혼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는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혼인을 해소하는 결과가 됩니다. 이른바 축출이혼의 위험입니다. 유책주의는 혼인의 파탄을 초래한 배우자가 그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을 막고, 남겨지는 배우자와 자녀를 보호하려는 원칙인 것입니다.

여기서 먼저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파탄주의, 즉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었다면 책임의 소재를 묻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는 입장은 우리 법이 채택한 태도가 아닙니다.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파탄주의로의 전환 여부가 정면으로 논의되었으나,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유지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명제는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며, 이런 소송은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고 패소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기각되지는 않습니다 — 예외의 구조

원칙이 유지된다는 것이, 청구인이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이 기계적으로 기각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판례는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하며, 그 유형을 몇 가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유책주의의 취지가 축출이혼의 방지에 있으므로, 상대방 역시 혼인을 유지할 뜻이 없다면 보호해야 할 대상 자체가 없어집니다. 이 경우에는 원칙을 관철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둘째는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경제적 부양이나 재산의 이전 등을 통해 남겨지는 쪽의 생활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면, 유책성만을 이유로 청구를 배척할 필요가 줄어든다는 판단입니다.

셋째는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성과 상대방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입니다. 장기간의 별거가 이어지며 각자 별개의 생활을 형성해 온 사안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법원은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합니다.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과 정도,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와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기간과 별거기간, 별거 후 형성된 생활관계, 파탄 이후의 사정 변경, 이혼이 인정될 경우 상대방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복지 상황 등입니다. 요컨대 예외의 인정 여부는 유책성의 크기 하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혼인의 전 과정과 현재 상태를 종합한 결과로 정해집니다.

 

판단이 유연해지는 지점 — 혼인계속의사를 보는 방식

실무에서 특히 주목할 변화는 예외 유형 가운데 첫 번째, 곧 상대방에게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방식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대방이 소송에서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면 그 자체로 혼인계속의사가 인정되는 흐름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소송 과정에서 표명하는 주관적 의사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과 이혼소송 중에 드러난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하여, 악화된 혼인관계를 회복하고 원만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9므14477 판결, 같은 날 선고 2021므14258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1므11112 판결 등).

이 판시가 의미하는 바는 작지 않습니다. 이혼하지 않겠다는 말 자체가 결론을 정하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혼인관계를 복원·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나 향후 계획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 그 의사 표현이 혼인의 실체가 상실된 현재 상태를 수긍하면서 외형상으로만 법률혼을 남겨 두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 파탄주의로의 전환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칙은 그대로 유책주의이고, 다만 예외 요건의 하나인 혼인계속의사를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판례는 상대방이 혼인을 유지하려는 의사가 자신과 자녀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함께 살핍니다. 남겨지는 쪽을 보호한다는 유책주의 본래의 취지가 여기서 다시 작동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사건의 양상이 달라지는 이유

법리의 구조는 이러하지만, 실제 사건은 이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가지 양상이 대표적입니다.

하나는 상대방이 반소를 제기하는 경우입니다. 이혼소송이 제기되면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자신도 이혼을 구하는 반소를 내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양쪽 모두 이혼을 구하는 상황이 되면, 애초의 청구가 유책배우자의 청구인지를 따지는 문제 자체가 실질적인 의미를 잃게 됩니다. 이 경우 다툼의 중심은 이혼 여부가 아니라 위자료와 재산분할, 양육에 관한 조건으로 옮겨 갑니다.

다른 하나는 소송 과정에서 드러나는 태도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혼인계속의사는 객관적으로 판단되므로, 상대방이 혼인 유지를 주장하면서도 관계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이나 계획도 보이지 않거나, 소송 안팎의 언행이 그와 어긋난다면 그 의사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송의 전개 과정 자체가 예외 요건의 판단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검토할 때에는, 지금 자신의 유책성이 어느 정도인지만 볼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상태에 있고 소송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까지 함께 전망해야 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 사건의 사정에 달린 문제이고,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는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반소가 제기될 것이라거나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가 부정될 것이라고 미리 기대하고 소송을 설계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정리

우리 민법은 유책주의를 유지하고 있고, 이는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이런 소송은 난이도가 높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파탄만 인정되면 이혼이 가능하다는 이해는 우리 법이 채택하지 않은 파탄주의를 현재의 실무로 오해한 것입니다.

그러나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이 기계적으로 기각되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에게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로 유책성이 상쇄된 경우, 세월의 경과로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청구가 허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를 주관적 진술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과 소송에서 드러난 태도를 통해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최근의 판시는, 예외 판단이 형식에서 실질로 옮겨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유책배우자의 이혼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책성만이 아니라 혼인관계가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입니다. 그 상태를 어떤 사정과 자료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지만, 예외가 인정되는 범위는 여전히 제한적이므로 낙관적인 전망만으로 소송을 시작할 일은 아닙니다. 소송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혼인의 경과와 상대방의 상황을 포함하여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진단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