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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혼소송 중에서도 기업 오너와의 재산분할은 흔히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됩니다.
특히 상대방이 자수성가형 기업인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기업을 승계받은 2세·3세 경영인이라면난이도는 한층 더 높아집니다.
소송이 시작되면 상대방은 거의 예외 없이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 회사는 내가 만든 게 아니다. 전부 상속·증여로 받은 고유 재산(특유재산)이다."
여기에 "회사가 빚더미다", "주식 가치는 사실상 없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
배우자 입장에서는 재산분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이 단계에서 상당수 사건이 '사실상 포기'에 가까운 합의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그러나 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최근 저희 법무법인은 100% 상속·증여로 형성된 가업승계 주식을 둘러싼 이혼 소송에서,
특유재산 방어 논리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현금 기준 50억 원대" 재산분할을 이끌어낸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승소를 넘어,
"가업승계 주식은 분할 불가"라는 통념과
"기업 오너 이혼은 결국 돈을 못 받는다"는 체념을 동시에 뒤집은 사례였습니다.

상대방의 방어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문제 된 ‘주식’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 즉 가업을 승계하면서 취득한 주식으로서
혼인 전부터 존재했던 재산이므로 ‘특유재산’에 해당하고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이 논리가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상대방의 핵심 자산인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전면적으로 제외되는 결과에 이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재산분할은 단순히 "명의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절차가 아닙니다.
민법 제839조의2에 따른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하여 형성·유지해 온 재산을, 이혼 시점에 공평하게 청산·분배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정도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게 됩니다(대법원 2002. 8. 28.자 2002스36 결정).
여기서 실무상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상대 배우자가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감소를 막았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므1020 판결).
쉽게 말해, 법원은 단순히 "원래 누구 재산이었는가"라는 출발점만을 보지 않습니다.
"혼인기간 동안 그 재산이 커지고 유지되는 데 배우자의 기여가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재산에 붙은 ‘이름표’를 넘어 분할 대상여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혼인 기간은 10년을 훌쩍 넘는 장기 혼인이었고,
의뢰인은 단순히 가사와 양육만을 담당한 배우자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일정 기간 회사의 등기 임원(사내이사)으로 등재되어 있었던 사정도 있었는데,
이는 단순한 형식적 지위에 그친 것이 아니라
회사 운영과 관련된 법적 책임과 부담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요소였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했습니다.
즉, 장기간의 혼인 관계 속에서 의뢰인의 역할을 ‘내조’에 한정하지 않고,
상대방이 안정적으로 경영에 전념하며 기업가치를 유지·확대할 수 있었던
전반적인 생활·가정·경영 환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입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상대방이 해당 주식을 가업승계의 일환으로 상속받아 취득한 특유재산에 해당하더라도,
혼인 기간 중 그 유지 및 증식에 대한 의뢰인의 기여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그 결과 해당 주식 전부를 재산분할 대상 자산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위와 같이 주식이 분할 대상에 확보되었다고 해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확보된 주식이 ‘얼마’로 평가되느냐에 따라
해당 가치를 현금으로 분할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상장 주식 재산분할의 본질은 결국 “가치 평가”에 있습니다.
평가 방식에 따라 주식 가치는 ‘몇억 원’에 그칠 수 있고, ‘수백억 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같은 회사라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주식가치는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은 회계장부상 단순히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하는
이른바 ‘순자산가치’ 방식만을 고집하며 주식 가치를 극도로 낮추려 했고,
동시에 "경영 환경이 악화되어 회사가 사실상 위기 상태"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비상장주식의 경우 거래사례가 있으면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평가하되,
거래사례가 없으면 시장가치방식, 순자산가치방식, 수익가치방식 등 여러 평가방법을 활용하되
당해 회사의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하여 공정한 가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밝히고 있습니다
- (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1도3191 판결).
즉, 비상장 주식의 평가는 특정 하나의 방식만이 ‘정답’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회사의 실질과 경영 구조에 가장 부합하는 공정한 평가 방법이 무엇인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에 저희는 단순히 현재 장부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회사가 앞으로 실제로 벌어들일 수익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른바 “현금흐름할인법”에 따른 주식 가치 감정을 법원에 적극적으로 요청했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 가진 재산이 얼마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 회사인가”를 기준으로 평가해 달라는 전략이었습니다.
감정 과정에서 저희는 회사의 재무 구조를 면밀히 분석했고,
그 결과 이 회사가 영업을 할수록 현금이 축적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밝혀냈습니다.
겉으로는 부채가 있어 보였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현금 창출력이 뚜렷한 기업이었던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저희 주장을 받아들여,
당장의 ‘순자산가치’만으로 평가해달라는 상대방의 주장을 배척하고,
회사의 ‘미래 수익성’까지 반영한 수백억 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 주요 쟁점은 상대방이 주장한 거액의 개인 연대보증 채무였습니다.
앞서 방식에 따라 주식 가치가 수백억 원으로 높게 산정되면서 상당한 재산분할금을 부담해야 될 상황에 이르자,
상대방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회사 운영 과정에서 개인 명의로 부담한 채무가 막대하므로
이를 자신의 재산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즉 ‘소극재산’ 주장).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상대방에게 남는 재산이 거의 없게 되어
의뢰인의 재산분할금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이 주장에 대해 “이중 공제 금지”라는 핵심 법리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이미 앞서 주식 가치 산정단계에서
회사가 부담하는 금융부채까지 기업 가치에 반영되어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동일한 채무를 개인이 연대보증하고 있다는 이유로
다시 소극재산에서 공제한다면, 결국 같은 빚을 두 번 차감하는 결과가 됩니다.
이는 분할대상 재산가치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재산분할 제도의 공평한 청산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구조입니다.
특히 상대방은 주식 가치로 인해 막대한 분할금을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소송 진행 과정에서 연대보증 규모를 갑작스럽게 확대하였는데,
이에 대해 저희는 해당 채무가 재산분할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부담한
이른바 ‘가장(假將) 채무’에 해당한다는 점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우리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상대방이 주장한 거액의 보증채무를 재산분할에서 전부 배척했습니다.

이와 같은 입체적인 전략의 결과,
법원은 가업자산에 대한 상대방의 특유재산 주장을 배척하고,
그 가치 산정에 있어서도 미래의 수익성까지 반영하여,
의뢰인에게 현금 기준 50억 원 대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더 나아가, 의뢰인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상대방에게 단 한 푼도 분할해주지 않고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분명히 보여줍니다.
기업 오너와의 이혼 소송은 가업승계라는 외형적 틀에 막히는 문제가 아니라,
혼인기간 동안 실질적인 기여를 어떻게 입증해 내는지,
그리고 재무제표를 읽어 숫자의 의미를 해석한 뒤 이를 법리로 치밀하게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린 고도의 복합 전문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판결의 방향은 “누가 사실관계를 더 정밀하게 구조화하여 법원을 설득했는가”에 따라 갈립니다.
"가업승계라서 안 된다", "회사가 빚이 많아서 의미 없다"는 말에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숫자를 지배하는 전략과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준비가 있다면, 정당한 몫은 반드시 현실이 됩니다.


